재즈부터 록까지, 모든 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그곳. 런던!어릴 적 제 꿈은 (뜬금없지만) 스포츠 기자였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1994년,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미국월드컵을 함께 본 후 결심했지요. 사춘기에 접어들어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영국 뮤지션들을 하나둘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축구 하면 프리미어리그, 음악 하면 브리티시 팝. 그리하여 저의 첫 어학연수지는 런던이 되었고, 곧 런던은 제게 ‘로망’의 도시가 되었죠.
시간은 흘러 흘러 저는 (뜬금없이) 편집자가 되었고, 여행서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내가 가장 만들고 싶은 책,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자 바로 이 책의 꼴이 떠올랐습니다. 런던과 음악과 공간이 어우러진 여행 에세이! 이 기획을 가지고 저자를 수소문하던 중에 런던에서 데뷔해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휴 키이스를 운명처럼 만났습니다.
휴 키이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비틀스의 애비로드 스튜디오, 라디오헤드의 러프 트레이드, 오아시스의 버윅 스트리트처럼 브리티시 팝을 상징하는 뮤지션과 스폿들을 정리하고, 또 책의 구성과 문체 등을 잡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 후 1년 동안 휴 키이스는 목차 순서대로 2주에 한 편씩 성실히 글을 보내왔습니다. ‘어라, 뮤지션은 자유로운 영혼 아닌가!(제멋대로 괴짜 아닌가!)’라는 저의 고정관념을 퍽퍽 깨준 최고의 저자님, 1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런던 취재 여행과 한여름 밤의 북콘서트7월 출간을 목표로 원고를 마무리하던 4월, 런던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휴가’를 빙자했지만 사실 런던도서전도 가보고 싶었고(런던도서전에 갈 짬밥이 되려면 너무도 까마득했기에;) 우리 책에 들어갈 추가 사진도 겸사겸사 찍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런던의 전형적인 날씨가 아닌 햇볕 쨍쨍한 4월의 ‘로블리 데이즈!’. 우리 책에 소개된 인디 레코드숍들의 축제 ‘레코드 스토어 데이’는 물론 원조 힙스터들이 즐겨 찾은 레코드숍 ‘러프 트레이드’ 등을 돌며 꿈 같은 시간을 보냈지요. 마침 지인이 런던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기에 로컬들이 사랑하는 숨은 뮤직 스폿들도 더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부터 7월 초, 책이 나올 때까지 런던에서 받아온 좋은 기운으로 편집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여름 밤의 음악 여행’이라는 <헤이, 런던>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여차저차 좌충우돌 영차영차 일들을 겪으며 준비한 북콘서트. 의도치 않게 사회까지 맡게 되어 옥의 티를 남긴 것 빼고는 담당 편집자로서는 감격적인 시간이었습니다.
허리 디스크에도 불구하고 진통제 투혼으로 북콘서트를 이끌어간 저자 휴 키이스,
"헤이, 런던"을 예쁘게 디자인해주신 북디자이너 석운 실장님, 런던에서 카톡으로 쪼며 일러스트 수정을 요청해도 매번 열심히 그려주신 일러스트레이터 Yezoon 작가님 그리고 정말 고마운 우리 라이프 식구들과 너무 많은 고생을 한 영업팀 문윤식 차장님…(이봐요, 편집자. 여긴 뮤직 프로그램 1위 수상 무대가 아니라니까! 그래도 꿋꿋하게 소개할 테다.) 직접 본인 회사의 책을 구매해주신 우리 사장님과 사모님과 멋진 한빛미디어 사람들과 그들의 지인분들! 그리고 먼 길 와준 나의 소중한 친구들.
낮 동안 무거운 장비 옮기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멘탈 붕괴 상태였지만 늦은 밤 집에 돌아와 SNS에 글을 남겼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무슨 일이든 혼자 하는 일은 없다는 진부하지만 놓치고 마는 깨달음이다.”
남들에게는 그냥 책 한 권이겠지만, 내게는 큰 깨달음을 준 소중한 책. 이 책을 탄생시켜준 모두들, 고맙습니다.
아참, 저 배철수 아저씨에게 책 보내드리고 카톡도 받음. 후후. 뭐 그냥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