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쓰고 나서 출판사와 원고를 다듬는 과정에서 수없이 원고를 다시 쓰게 됩니다. 몇 가지 원칙만 지켜도 그런 반복되는 불필요한 과정을 없앨 수 있습니다. 예술적인 문장이나 문체를 쓰려는 것이 아니므로 정보만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됩니다.
악마의 편집자가 제안하는 본문 구성 4원칙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저만의 본문 구성 4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게 무슨 원칙이야’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겁니다.
무언가 어그러졌을 때는 화려한 기교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기본이 어긋나서 그런 거예요. 이제부터 조목조목 살펴보시죠.
1번부터 3번까지는 어떻게든 할 수 있겠는데 4번은 좀 어렵죠? 그림을 그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꼭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다음 그림은 어떤가요?
이 정도는 누구나 그릴 수 있겠죠? 단순하지만 이런 그림은 이해를 크게 돕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본문에 쓴 내용을 너저분하게 다 붙이면 오히려 이해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한눈에 딱 들어올 정도의 설명이면 충분합니다.
이때 본문과 그림이 따로 놀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그림을 제시하고 본문에서 그림 위주로 설명을 해주면 됩니다. 즉 그림과 본문이 유기적이어야 합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본문과 따로 노는 그림은 지면 낭비이므로 아예 원고에 넣지 않는 게 상책이죠. 붙여만 놓고 설명 없는 그림도 마찬가지로 무용지물입니다. 독자한테 알아서 파악하라는 건데, 이해를 돕는 적절한 방식은 아니죠.
경어체 vs. 평어체 선택
사소하지만 일찍이 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이 커지는 사안이 있습니다. 경어체를 쓸지 아니면 평어체를 쓸지 선택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경어체는 높임말과 같은 뜻으로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만, 평어체는 사전에 등록이 안 되어 있습니다. 흔히들 사용하는 평어체는 높임말의 반대말이니까 낮춤말로 볼 수 있습니다. 극존칭이나 극하대를 하지 않는 경우 일반적으로 ‘습니다’로 끝나면 경어체(높임말), ‘이다’로 끝나면 평어체(낮춤말)로 볼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에서 이 둘은 혼용하지 않고 일관되게 사용해야 하는데, 글이 길다 보니 통일해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경어체를 쓰다가 늘어지는 느낌이 들어 도중에 평어체로 바꾸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둘 중 무엇을 사용하든 크게 문제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경어체는 입문/초보자 대상 책에 주로 씁니다. 반대로 평어체는 조금 더 난도가 높은 책에 씁니다.
그런데 경어체를 쓸 때 표, 그림, 열거형에 경어체를 쓰면 속도감도 떨어지고 길게 늘어져 미관상으로도 안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경어체를 사용하지만, 표, 그림 등에는 평어체를 사용하여 혼용하기도 합니다.
문체 선택의 답은 대상 독자에 있습니다. 글 쓰는 초기에 대상 독자에 맞게 설정하세요. 나중에 고치려면 일이 만만치 않아 정말 놀랄 거니까요!
원고 템플릿 만들기
이어서 샘플 원고를 만들어야 합니다. 샘플 원고를 쓰려면 원고 템플릿이 있는 게 좋습니다. 책을 자주 써서 머릿속에 전체 구조가 있다면 다를 수 있지만, 처음 쓴다면 템플릿을 만들어 그때그때 참조하며 집필해야 할 겁니다. 템플릿을 만들다가 책을 더 부각할 방법이 떠올라 집필 계획서를 보강할 수도 있겠지요.
원고 템플릿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었다면 ‘그 책은 무언가 참 특색이 있었어. 그런 점이 좋았어’라는 어렴풋한 기억이 들 겁니다. 읽었던 책 구성이나 흐름을 다시 살펴보고 쓰려는 책에 알맞게 재구성하면 됩니다(참고하라는 거지, 베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아예 새로운 요소를 떠올려 추가하면 더욱 좋습니다.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에서 쓴 원고 템플릿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내용은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의 일부를 재구성하여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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